
야구 예매 실패가 다행이었던 날
‘대프리카’는 이제 별명이 아니라 경고문이다
며칠 전 야구 경기를 한번 보러 가볼까 싶어 예매를 시도했다.
하지만 인기 있는 자리는 이미 빠져 있었고, 좌석을 고르는 사이 남아 있던 자리마저 사라졌다. 결국 예매 실패.
당시에는 조금 아쉬웠다.
https://www.chosun.com/sports/baseball/2026/08/05/XMKA3AE4UZDLFBCTPF6HZUFU7U/
너무 더워서...프로야구 사상 첫 전경기 ‘폭염 취소’
전국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KBO 리그 사상 처음으로 모든 경기가 취소되었습니다. 관람객의 온열 질환 사고 등 안전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KBO는 리그 운영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향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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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뉴스를 보니 KBO가 8월 5일과 6일에 예정됐던 프로야구와 퓨처스리그 전 경기를 폭염으로 취소했다고 한다. 프로야구 전 경기가 폭염 때문에 한꺼번에 취소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그 소식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매 실패한 게 오히려 잘된 것 아닌가?
흠흠.
물론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의 소소한 자기합리화다. 그래도 지금 날씨를 생각하면 정말 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대구의 여름은 매년 전년도 기록을 갱신하는 기분이다
대구 사람에게 더운 여름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나가는 순간 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감싸고, 주차해 둔 자동차의 문손잡이는 맨손으로 잡기 부담스럽다. 잠깐 걸었을 뿐인데 옷이 등에 붙고, 그늘에 들어가도 시원하다기보다는 단지 햇볕을 피했다는 느낌만 남는다.
그래서 대구에는 오래전부터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붙었다.
예전에는 지역의 더위를 과장해서 표현하는 재미있는 별명에 가까웠다. 그런데 최근 몇 년의 여름을 겪고 나면 이 말이 농담보다는 경고문처럼 들린다.
대구는 1942년 8월 1일 공식 관측기온 40.0℃를 기록해 오랫동안 우리나라 최고기온 기록을 보유했던 도시다. 그 기록은 2018년 홍천의 41.0℃에 의해 깨졌지만, 대구의 40℃는 지금도 한국 폭염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더구나 올해 8월 3일에는 대구 동구 신암동 자동기상관측장비에서 41.1℃가 측정됐고, 북구와 서구의 관측지점에서도 40℃를 넘겼다. 대표 관측소의 공식 극값과는 구분해야 하지만, 시민이 실제 생활하는 도심 곳곳의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충분히 보여준다.
“원래 대구는 더워”라고 웃어넘길 단계는 이미 지나간 셈이다.
야구는 저녁 경기인데 괜찮지 않을까?
야구 경기는 대부분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저녁에 열린다.
그래서 낮보다는 괜찮을 것 같지만, 며칠 동안 달궈진 콘크리트와 관중석은 해가 진다고 곧바로 식지 않는다. 수만 명의 관중이 밀집하고, 응원하며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선수와 심판, 경기 진행 인력은 그보다 더 오랫동안 뜨거운 환경에 노출된다.
실제로 8월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는 관중 25명이 온열질환 의심 증상을 호소했다. 이 중 2명은 의식 저하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고, 경기도 한동안 중단됐다. 앞선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KBO도 하루 전인 4일 폭염 단계별 운영 기준을 발표했다.
일 최고 체감온도가 38℃ 이상이거나 최고기온이 39℃ 이상으로 예상돼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면 경기 취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 야구장에서 관중과 선수의 이상 증세가 이어지자, 결국 하루 만에 오늘과 내일의 모든 경기를 중단하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결정이 조금 늦었다는 의견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경기를 강행한 뒤 사고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멈추는 것이 맞다.
지금 폭염은 불편함이 아니라 재난이다
이번 더위는 대구나 야구장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8월 5일 오후 기준 수도권과 일부 충남·전라 지역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고, 그 밖의 전국 대부분 지역에도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일부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는 이미 37℃를 넘겼다.
질병관리청 집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8월 첫 주말 이틀 동안에만 온열질환자가 222명 발생했다. 8월 2일까지 누적 환자는 2,025명, 추정 사망자는 16명으로 집계됐다. 집이나 길가, 논밭과 작업장에서 사람이 쓰러지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사람만 힘든 것도 아니다.
8월 2일 기준 전국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43만2천여 마리, 양식어류 피해도 16만5천여 마리에 이르렀다. 냉방기 사용 증가에 따른 정전과 농업용수 부족까지 겹치면서 폭염 피해가 일상과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정도가 되면 “날씨가 조금 덥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폭염은 이제 일정 취소 여부를 고민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의 생명과 사회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재난이 됐다.
표는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사실 야구 경기 하나를 취소하는 일도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단 일정과 이동, 구장 운영 인력, 방송 편성, 관중의 교통비와 숙박비, 취소 경기 재편성까지 연결되는 문제가 많다. 어렵게 표를 구한 팬들의 아쉬움도 당연하다.
그래도 표는 다시 구할 수 있고, 경기는 다른 날 다시 열 수 있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은 그렇지 않다.
야구를 좋아해서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쓰러지고, 경기를 뛰던 선수가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한다면 이미 정상적인 경기 환경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번 전 경기 취소는 아쉽지만 필요한 결정이다.
그리고 예매에 실패했던 나는 아주 조금만 솔직해지기로 했다.
표를 못 구했을 때는 아쉬웠지만, 취소 소식을 듣고 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흠.
하지만 농담은 여기까지다.
지금의 대구와 전국 폭염은 정말 위험하다. 이런 날에는 야구뿐 아니라 야외 운동과 장시간 외출도 기록이나 약속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올해는 유난히 덥다고 매년 말해왔는데, 이제는 그 말마저 매년 현실이 되고 있다.
‘대프리카’라는 별명을 웃으며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여름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때까지는 경기 취소 소식에 아쉬워하기보다,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기는 편이 맞겠다.
태그
#대구폭염 #대프리카 #프로야구취소 #KBO폭염취소 #온열질환 #폭염중대경보 #대구날씨 #야구예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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