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도 야구 보러 가면 안 돼?”
초보 야구팬 아빠의 첫 프로야구 티켓팅 도전기
요즘 야구 시즌이라 그런지 학교에서 아이들이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하나 보다.
누구는 야구장에 갔다 왔다고 하고,
누구는 삼성 경기 봤다고 하고,
또 누구는 응원가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그 영향을 받은 건지 어느 날 아들이 슬쩍 물었다.
“아빠, 나도 야구 보러 가면 안 돼?”
생각해보니 아이와 야구장을 제대로 가본 적이 없었다.
나도 야구를 아예 모르는 건 아니지만, 열성 팬까지는 아니다.
그런데 아이가 먼저 관심을 보이니 괜히 나도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 한번 가보자.”
그렇게 아주 가볍게 시작한 일이었다.
문제는…
야구장 가는 게 생각보다 전혀 가볍지 않았다는 것.
일단 예매부터 해보자
이번에 노린 경기는
롯데 자이언츠 vs 삼성 라이온즈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경기였다.
아이와 처음 가는 거라면 아무래도 홈경기가 좋겠다 싶었다.
응원 분위기도 제대로 느껴보고,
아이에게 야구장의 열기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예매 시간을 확인하고 나름 준비했다.
예매 오픈 시간에 맞춰 접속하면 되겠지.
솔직히 이때까지는 별생각이 없었다.
“정시에 들어가면 자리 하나쯤은 있겠지.”
야구 티켓팅을 몇 번 해본 사람이라면 여기서 웃을지도 모르겠다.
정시에 들어갔는데 대기번호 4천번대
예매 시간이 되고 바로 접속했다.
그런데 화면에 뜬 숫자를 보고 잠깐 당황했다.
대기번호 4천번대.
…뭐지?
내가 늦게 들어온 것도 아니다.
거의 정시에 맞춰 접속했는데 이미 내 앞에 수천 명이 줄을 서 있었다.
그제야 느꼈다.
“아, 야구 티켓팅도 콘서트 티켓팅이랑 비슷한 세계구나.”
평소에는 야구 뉴스에서
“오늘 경기 매진”
이런 이야기를 봐도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막상 내가 티켓을 사려고 줄을 서보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예매 화면에 들어가기까지 한참 기다렸다.
조금 재미있었던 건 막판이었다.
처음에는 대기번호가 천천히 줄어드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숫자가 꽤 빠르게 내려갔다.
“오, 이제 곧 들어가겠는데?”
기대했다.
실제로 나중에는 57번까지 내려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들어가면 자리는 있겠지.”
오, 자리가 있다!
드디어 예매 화면에 들어갔다.
그리고 오른쪽 좌석 현황을 보는데…
숫자가 남아 있었다.
원정응원석 753석.
1루 내야지정석도 67석.
와야지정석도 51석.
다른 좌석들도 조금씩 남아 있었다.
순간 안심했다.
“뭐야, 생각보다 많이 남았네.”
아이와 둘이 가는 거니까 두 자리만 잡으면 된다.
좋은 자리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첫 야구장 경험이 목적이니까.
그래서 좌석을 하나씩 눌러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좌석은 있는데…
붙어 있는 자리가 없다.
한 자리.
한 자리.
또 한 자리.
숫자로는 분명 수십 석이 남아 있는데 실제로 들어가 보면 여기 하나, 저기 하나 식으로 흩어져 있었다.
아이와 둘이 가야 하니 연석이 필요하다.
그런데 연석이 없다.
그제야 깨달았다.
남은 좌석 수와 내가 앉을 수 있는 좌석 수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아… 그래서 대기번호가 갑자기 빨리 줄었구나”
여기서 앞서 대기번호가 갑자기 빨리 줄었던 이유가 이해됐다.
아마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기다렸다.
입장했다.
좌석을 확인했다.
“연석 없네.”
그리고 그냥 나갔다.
한 사람 나가고,
또 한 사람 나가고,
그러면서 뒤에 있던 사람들의 대기번호가 빠르게 줄어든 것 아닐까.
그걸 깨닫고 나니 웃기기도 했다.
나는
“오, 회전이 빨라졌네. 이제 내 차례인가 보다.”
하고 좋아했는데,
앞사람들은 이미
“볼 것 없다…”
하고 빠지고 있었던 셈이다.
야구 티켓팅에서 ‘2자리’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사실 한 자리만 필요했다면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었다.
스크린샷에서도 실제 잔여 좌석은 꽤 보였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갈 생각이니 떨어져 앉을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좌석 숫자가 아니었다.
연석이 있느냐.
야구 예매를 처음 해보니 이런 것도 배우게 된다.
잔여석 50석이라고 해서
2명씩 25팀이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50석이 전부 여기저기 떨어져 있으면,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가는 사람에게는 사실상 0석이나 마찬가지다.
초보라 좋은 자리 욕심도 없었는데
조금 아쉬웠던 건 이 부분이다.
나는 응원석 한가운데나 특별한 좌석을 노린 것도 아니었다.
야구장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니
“무조건 여기가 명당이다.”
같은 기준도 없었다.
아이와 둘이 앉아서
야구 보고,
응원 구경하고,
맛있는 것 하나 먹고,
사진 한 장 남기면 됐다.
그런데 그 ‘둘이 붙어 앉는 자리’ 자체가 없었다.
프로야구 인기가 요즘 얼마나 높은지 제대로 체감했다.
사실 야구보다 아이의 경험이 목적이었다
이번에 티켓팅하면서 생각한 건 야구 그 자체보다도 다른 부분이었다.
아이는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한다.
친구가
“나 어제 야구장 갔어.”
라고 하면,
그 아이에게는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응원가도 알고,
선수 이야기도 하고,
먹었던 음식도 이야기한다.
우리 아들도 그런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물어본 것이겠지.
“나도 야구 보러 가면 안 돼?”
어른에게 야구 경기 하나는 그냥 스포츠 관람일 수 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 하나가 추가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한번 데려가고 싶었다.
아빠도 덩달아 초보 야구팬이 되어가는 중
재미있는 건 아이 때문에 시작했는데 나도 조금씩 관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어디 자리가 좋은지 찾아보고,
삼성라이온즈파크 좌석도를 보고,
1루가 어디고 외야가 어디인지 보고,
예매 일정까지 확인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아이 한번 보여주자.”
정도였는데,
티켓팅 한번 실패하고 나니 오히려 승부욕이 생긴다.
“다음에는 잡는다.”
이쯤 되면 아이보다 아빠가 더 진지해질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티켓팅은 실패
결국 이번 예매에서는 아이와 함께 앉을 수 있는 좌석을 잡지 못했다.
첫 번째 야구 티켓팅은 실패.
그래도 완전히 헛수고는 아니었다.
이번에 몇 가지를 확실히 배웠다.
- 정시에 접속해도 이미 수천 명이 앞에 있을 수 있다.
- 잔여석 숫자가 많아도 연석은 없을 수 있다.
- 가족과 함께 간다면 ‘좌석 수’보다 ‘붙은 자리’를 먼저 봐야 한다.
- 예매 오픈 전에 어느 구역을 노릴지 정해두는 것이 좋다.
- 인기 경기라면 좋은 자리 욕심보다 일단 연석 확보가 우선이다.
그리고 하나 더.
프로야구 티켓팅, 생각보다 진심으로 해야 한다.
취소표라는 마지막 희망도 있다
예매에 실패했다고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결제 시간이 지나면서 미결제 좌석이 풀리기도 하고,
경기일까지 일정이 바뀐 사람들이 취소한 좌석도 다시 나온다.
특히 한 자리씩 남았던 좌석 사이에 취소표가 생기면서 우연히 연석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끔 티켓링크를 다시 확인해볼 생각이다.
아이가 아직
“야구 언제 보러 가?”
하고 재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빠 입장에서는 이미 작은 숙제가 하나 생겼다.
올 시즌 안에 한번은 데려가 보기.
“나도 야구 보러 가면 안 돼?”
생각해보면 시작은 이 한마디였다.
나는 별생각 없이
“그래.”
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한마디 덕분에 난생처음 프로야구 티켓팅 대기열에도 서보고,
좌석도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연석 하나 때문에 아쉬워하고 있다.
아직 야구장에는 가지도 못했는데 벌써 이야기가 하나 생겼다.
몇 년 뒤에는 이것도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너 처음 야구 보러 가자고 했을 때 아빠가 표 못 구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냐?”
ㅎㅎ.
첫 도전은 실패.
하지만 이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조금 알았다.
다음에는 꼭 두 자리를 잡아서,
아이와 나란히 앉아 야구장을 처음 바라보는 이야기를 남겨보고 싶다.
초보 야구팬 부자의 첫 직관은 아직 시작 전이다.
오늘의 티켓팅 후기
경기 : 롯데 자이언츠 vs 삼성 라이온즈
장소 :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예매 : 티켓링크
정시 접속 : 성공
대기번호 : 4천번대
예매 화면 진입 : 성공
잔여석 발견 : 성공
2인 연석 확보 : 실패
결론.
표는 있었지만, 우리 자리는 없었다.
다음주에 다시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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