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버티게 하는 ‘그냥 하는 힘’
짧은 영상을 하나 봤다.
극한의 훈련을 견뎌야 하는 네이비씰 이야기가 나오는 영상이었다.
몸은 이미 한계에 가까워졌고,
머릿속에서는 계속 그만두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그럴 때 버티는 방법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포기는 내일 해라.”
처음에는 그저 멋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상을 다 보고 나니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남았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극한 훈련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도 매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 하루를 시작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날이 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무겁다.
어제 해결하지 못한 일은 그대로 남아 있고,
오늘 해야 할 일은 또 쌓여 있다.
회사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고,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직장인이고,
남편이고,
아빠이고,
누군가에게는 책임져야 할 사람이다.
그런 날이 있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컴퓨터 앞에 앉기도 싫고,
전화 한 통 받기도 싫고,
운동도 싫고,
집안일도 싫고.
‘오늘 하루만 그냥 다 내려놓으면 안 될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다시 일어난다.
대단한 의지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해야 하니까.
요즘 내가 자주 하는 말은 “그냥 하자”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의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준비되어야 하고,
목표도 명확해야 하고,
컨디션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살아보니 꼭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마음이 내킬 때까지 기다리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일하기 싫은 마음을 없앤 뒤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상태로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운동하기 싫은 날에도 운동복부터 입고,
공부하기 싫은 날에도 책부터 펼치고,
복잡한 업무 앞에서도 파일 하나부터 열어본다.
그래서 요즘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거창한 자기계발 문구가 아니다.
“그냥 하자.”
딱 그것뿐이다.
시작하면 이상하게 다음이 보인다
일이 막막할 때는 전체를 한꺼번에 바라보게 된다.
해야 할 게 열 개 있다.
그러면 머릿속에서는 이미 열 개를 동시에 해결하려고 한다.
당연히 숨이 막힌다.
그럴 때는 그냥 하나만 잡는다.
메일 하나 보내고,
코드 한 줄 고치고,
문서 한 장 정리하고,
전화 한 통 하고.
그렇게 하나를 끝낸다.
그리고 다음 하나.
또 다음 하나.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일들이 어느 순간 하나씩 줄어 있다.
아침에는 산처럼 보였던 일이 저녁에는 꽤 많이 정리되어 있다.
그제야 생각한다.
“어? 오늘도 결국 했네.”
아마 우리가 버텨온 대부분의 날들이 그런 방식이었을 것이다.
아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한다
공부하기 싫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하기 싫을 수 있어.”
“힘들 수도 있고.”
“짜증날 수도 있어.”
그 감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나도 일하기 싫은 날이 있고,
운동하기 싫은 날이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고 싶은 날이 있으니까.
다만 한 가지는 알려주고 싶다.
하기 싫다는 마음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라는 것.
그래서 결국 이렇게 말한다.
“싫어도 일단 조금만 해봐.”
“책상에 앉고, 문제 하나만 풀어봐.”
불평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힘들다고 말하지 말라는 뜻도 아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된다.
짜증나면 짜증난다고 해도 된다.
다만 그 감정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 습관은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살아가면서 모든 일을 좋아서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버틴다는 건 참는 것과 조금 다른 것 같다
예전에는 ‘버틴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괴로움을 견디는 모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버틴다는 것은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지금 느끼는 감정이 내 행동 전체를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오늘 힘들다고 인생 전체가 힘든 것은 아니고,
오늘 실패했다고 모든 것이 실패한 것도 아니다.
오늘 하기 싫다고 해서
내일까지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때로는 아주 작은 결정 하나면 충분하다.
오늘은 그냥 하자.
포기할지 말지는 내일 다시 생각하자.
가장이라는 자리에서
가장이 되고 나서는 예전보다 선택지가 조금 줄었다는 생각도 한다.
힘들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는 없다.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고,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물론 가장이라고 해서 항상 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힘들면 쉬어도 되고,
가족에게 힘들다고 말해도 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기대도 된다.
그런데도 결국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게 아마 책임이라는 것일 것이다.
대단한 사명감이 매일 나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하고,
가족과 밥을 먹고,
아이 이야기를 듣고,
밀린 일을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한다.
그렇게 하루를 하나씩 넘긴다.
돌이켜 보면 인생의 상당 부분은 거창한 결심보다 이런 평범한 하루들로 만들어져 있다.
포기는 내일 해도 늦지 않다
“포기는 내일 해라.”
이 말이 좋은 이유는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에게는 정말 그만둬야 할 때도 있다.
잘못된 방향을 고집하는 것이 언제나 용기는 아니다.
하지만 유독 힘든 오늘,
피곤하고 지쳐서 모든 판단이 부정적으로 흐르는 순간에 내린 결론이라면 하루 정도 미뤄도 괜찮다.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조금 덜 지친 상태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의외로 다음 날에는
“어제 왜 그렇게 힘들었지?”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나도 당분간 이 말을 기억해두려고 한다.
포기는 내일 하자.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냥 오늘 몫만 해보자.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남들보다 빠르지 않아도 된다.
한 걸음이면 된다.
오늘 하루도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가족을 챙기고,
아이를 키우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누군가에게는 말하지 못한 고민까지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루를 보냈지만
사실은 꽤 힘든 하루였을 수도 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그걸로 오늘은 충분하지 않을까.
포기는 내일 생각하고,
오늘은 오늘 몫만 하자.
그리고 내일이 오면,
또 그날 몫만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씩.
어쩌면 우리는 이미 꽤 오래 그렇게 잘 살아오고 있다.
오늘 기억하고 싶은 한 문장
하기 싫은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
오늘 할 수 있는 만큼 그냥 하고, 포기는 내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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